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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고 흩어지는 사이 / 2014
When we are filled and scattered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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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우고 흩어지는 사이 @마산 중앙부두, 세 개의 땅(각각 삼각형 모양의 약 10m²)의 교환
Replacement the 3 areas (shape of triangle, about 10m² each)



채우고 흩어지는 사이 When we are filled and scattered

우리는 별다른 도리도 없었지만, 관광객처럼 굴기로 마음 먹었다. 택시를 타고 무작정 창원으로, 마산으로, 진해로 돌아다녔다. 택시아저씨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을의 오래된 전설과 어릴 적 자신이 뛰어 놀던 동네 골목의 풍경, 유명한 맛집이나 관광 포인트, 그리고 개발논리에 의해 변화된 지금의 지형 읽기 같은 것이었다. 그 목소리 안에는 과거에 대한 애틋한 향수도 있었지만, 이제 번듯하게 자리잡은 시내의 상업지구나 잘 정비된 공원, 지역의 발전 상징과도 같은 널찍한 대로와 대교 등을 외지인에게 소개시켜주는 자부심 같은 것도 있었다.

우리가 이 곳에 오기 전 마산과 창원, 진해에 관해 보고들은 이슈는 마창진 통합과 분리에 관한 첨예한 갈등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일상적 풍경과 마주해 보니 실제 이 곳의 삶에서 그런 구분은 그저 행정상의 명칭일 뿐 일상적인 삶은 그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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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고 흩어지는 사이'라고 이름 지은 KKHH의 작업은 마산과 창원, 진해에 있는 세 장소의 땅을 파서 옮기고 교환하는 과정과 이후의 변화를 모두 포함한 프로젝트이다. 바닥 질감의 차이에서 읽혀지는 '경계'는 행정∙정치적 이유로 명명된 구분과 경계이다. 땅의 교환 이후, 명확했던 경계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의해 조금씩 흩어지고, 그것에서 비롯된 차이 역시 희석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의미에서의 통합 과정으로 은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공공의 장소를 선택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강조되어 들은 말은 다름아닌 '원상복구'라는 단어였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종료되는 시점인 약 50여일 후, 우리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경계를 지워내야 한다. 다른 곳의 땅으로 채워져 있던 곳을 처음과 비슷한 재료로 새로 채우는 것인데, 여기에는 채우고 흩어지는 것이 아닌, 채우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마창진의 상황과 연결 지어 조금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흩어지거나 혼합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작업은 과정과 변화에 대한 기록에 대한 제스쳐일 뿐이다. 지역의 행정적 통합과 분리에 대한 요구가 정치적 제스쳐일 뿐이라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이 작업의 과정들이 현실의 상황과 나란히 전개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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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설치 과정


▲ 채우고 흩어지는 사이, 싱글채널비디오, 6분

KKHH / 2014